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, 편지 한 장



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'금요일엔 돌아오렴' 책을 읽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모임을 진행했다. 어떤 가족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지, 어떤 문구가 마음을 힘들게 하는지 등 각자의 생각을 나눴다. 이후에는 글을 작성했다. 내가 피해자와 직접적인 관계임을 설정하고 가상의 글을 작성했다. 깊게 사색하고 힘들게 힘들게 낭독도 했다.


그 시간에 내가 작성한 글이다.






세월이에게 (고봉)


하하... 나 편지 쓰는거 진짜 어색해 하는데... 너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쓰게 되네.

오늘은 사진 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이야. 3년전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배 안에서 외롭게 있었을 세월이 너를 기억하는 모임을 하고 있어.


서로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고 그 당시의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들 울먹거려. 그리고 다들 조용해지네. 옆 사람 숨소리가 들릴만큼 조용해져. 그런데 나는 이 고요함이 왠지 좋다. 이 순간만큼은 함께 세월이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니까.


3년전 제일 가까웠던 너를 떠나보내고 나 정말 힘들었어. 너 때문에 입에 욕이 붙었다니까. 앞으로 살아가면서 너랑 같이 다녔던 분식집, PC방... 더이상 너랑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답답하고 목소리가 안나와. 정말 힘들었어. 너가 보고 싶어서.


세월이 너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밝히기 위해서 나 스스로 할 수 있는만큼은 노력도 했어. 진짜야. 맨날 너가 뭐하자고 하면 귀찮다고 나중에 하자고 그랬었는데. 정말 서명 운동도 하고 1인 시위도 하면서 지냈어. 왠지는 모르겠는데 눈만 뜨면 몸이 움직이더라고. 나 기특하지 않냐.


그렇게 생활하면서 우연히 사진이란 것도 찍게 됐어. 처음에는 정말 막 찍었는데. 이제는 좀 잘 찍는 것 같다. 세월이 너 기억하려고 시작한 사진이 지금은 더 많은 것들을 보기 위한 사진이 되었어.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데... 아니 보고 있을거라 믿어.


왠지 편지를 쓰고 있으니까 너가 옆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거 있지? 오랜만에 너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. 세월이 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을거라고 생각할게. 나도 너를 잊지 않고 기억 할테니까.


다음 편지는 언제 쓰지? 내년 4월 16일에 쓸까? 더 빨리 만나고 싶으면 너가 먼저 나한테 와. 언제든지 반겨줄테니까.


2017.04.09 고봉씀






내가 세월호 참사와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. 내가 세월호 세대임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.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을 해보았던 시간. 힘들었지만 좋은 시간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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